전 WWE 프로레슬링 스타 브록 레스너(28)가 종합격투기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스너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라스베가스 미라지호텔에서 열린 K-1월드그랑프리 라스베가스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종합격투기에 도전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레스너는 WWE 활약시절 엄청난 근육과 파워를 바탕으로 '차세대 거물'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누렸고 월드챔피언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WWE의 과도한 스케줄에 지친 레스너는 2004년 3월 '레슬매니아 20'을 끝으로 WWE를 떠났다.
이후 북미미식축구(NFL) 진출을 노려 고향팀인 미네소타 바이킹스 캠프에 참가했지만 '기량미달'로 결국 방출 당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WWE복귀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자 지난해부터 신일본 프로레슬링에 진출해 현재 IWGP 챔피언으로 활약해왔다.
원래 레스너는 WWE를 떠나면서 2010년까지 타 프로레슬링이나 격투기 단체에서 일할 수 없었다. WWE는 2004년 레스너가 신일본프로레슬링에 등장하자 곧바로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재판 결과 레스너가 승소하면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프로레슬러의 종합격투기 진출은 결코 낯선 일은 아니다. 현재 일본 종합격투기의 밑바탕에는 재일동포 역도산 선생이 다져놓은 일본 프로레슬링이 깔려있다. 역도산의 제자인 안토니오 이노키는 복싱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와의 대결을 통해 이종격투기의 시초를 이끌었다.
현재 종합격투가로 활발히 활동중인 사쿠라바 카즈시나 후지타 카즈유키 등도 프로레슬링이 베이스고 조쉬 바넷이나 밥 샙 등도 격투기와 프로레슬링을 병행해 활동하고 있다.
더구나 레스너의 도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그가 다른 프로레슬러와는 달리 뛰어난 아마레슬러 출신이라는 점. 레스너는 2000년 미국 전미 대학 아마레슬링 챔피언 출신이다. 1999년에는 2위에 오르기도 했다. WWE프로레슬링이 쇼적인 요소가 부족했던 그를 주목한 이유도 엄청난 운동능력 때문이었다.
프로레슬링 무대에서도 레스너는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레슬러를 번쩍 들어 메치거나 톱로프에서 문설트 공격을 펼치는 등 탁월한 운동신경을 과시했다.
아마레슬링 출신으로 격투기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은 많이 있다. 프라이드의 댄 헨더슨이나 전 UFC챔피언 랜디 커투어 등은 올림픽에 여러차례 출전한 경험이 있다. 심지어 프라이드FC의 룰런 가드너나 UFC의 강자 맷 린들랜드는 시드니올림픽 그레코로망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적도 있다.
하지만 레스너로선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일단 2002년 이후 쇼적인 프로레슬링만 접해온 레스너가 과연 실전 격투기에 제대로 적응할지가 의문. 특히 관절기 등 실전성이 강한 일본 프로레슬링과 달리 미국 프로레슬링은 볼거리 위주라 종합격투기와 맞지 않는다. 한때 WCW, WWE 등에서 활약한 션 오헤어가 K-1으로 전향한 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 대표적 예.
특히 이미 프로레슬러로서 이룰 것을 다 이루고 아쉬울게 없는 레스너가 과연 종합격투기에 전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만약 레스너가 경기에 나서더라도 일회성 이벤트매치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어릴적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던 팬들은 과연 헐크 호건이나 스톤 콜드, 브렛 하트 같은 레슬링 챔피언 들이 실전으로 붙어도 최강일까 하는 의문을 갖곤 했다. 과연 레스너가 그같은 원초적 호기심을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