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먼의 아이들이 우는 모습에 마음이 괴로웠다.” 격투기 세계최강 ‘얼음 황제’ 에밀리애넨코 표도르(30, 러시아)는 으레 그랬듯 한 사나이를 냉혹하게 쓰러뜨렸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물에는 이기지 못 했다.
표도르는 지난 22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타머스앤맥센터에서 열린 프라이드 32 ‘리얼 딜(The Real Deal)’ 대회에서 홈그라운드의 노장 마크 콜먼(42, 미국)을 2회 1분15초만에 암바로 꺾고 승리했다. 하지만 두 딸을 부둥켜 안고 우는 콜먼의 모습에 승리 세리머니는 커녕 마음 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콜먼은 경기에 패한 뒤 안면부가 퉁퉁 붓고 피로 얼룩져 있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링 위로 올라온 두 딸이 올라오자 꼭 껴안으며 “아빠는 괜찮다”고 말했다. 콜먼과 아이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는 표도르도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확실이 마음이 괴로웠다”며 “내 처도 내가 경기한 후엔 언제나 울곤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콜먼의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은 충격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교육상 좋지 않았다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표도르도 사랑하는 딸 마샤가 있다. 여가 때면 틈틈이 어린 딸을 위해 직접 그림을 그려줄 만큼 적어도 딸에게는 얼음황제가 아닌 평범한 아버지였다. 콜먼 못지 않은 부성애를 갖고 있는 그로선 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딸에게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싶은 것이다.
확실히 패자의 아이들이 링 위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해 K-1 다이너마이트에선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가 스도 겡키를 1회 초반 KO 시킨 뒤 깨끗한 얼굴로 링 위에서 자식을 무동 태웠다. 이겼으니까, 다치지 않았으니까 괜찮았을 것이다.
그러나 콜먼의 제자 필 버로니는 “콜먼이 비록 운 나쁘게도 패했지만 그가 관중들로부터 환성을 받으며 링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의미가 깊은 것”이라며 콜먼의 행동을 지지했다. 그는 또 “비록 패했지만 인생 자체가 그렇게 쓴 것이고, 그런 패배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은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