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산삼과 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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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야 할 졸업식이 왜 이리 절망적일까요. 우리는 진정 존경해야 할 선생님한테 배우고 싶습니다.”
21일 오전 대안학교인 대구 ㄷ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재학생 송사’를 하던 정아무개(17·1년)양이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곳곳에서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이날 이 학교 졸업식장에선 여느 졸업식과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모두 35명인 졸업생 대부분이 교사 2명을 파면·해임한 학교 쪽 처사에 항의해 ‘검은 옷’을 입고 식장에 참석했다. 신동혁(34·국어) 교사는 전국 학력평가 모의시험 때 원치 않는 학생들한테 시험지를 나눠주지 않고, 자신의 국어(독서) 과목에서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줬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달 9일 파면됐다. 윤상욱(38·도덕) 교사는 도덕 수업 때 교과서 대신 ‘인권과 소수자의 배려’라는 주제로 강의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졸업식장은 졸업생 백준기(19)군이 “존경하는 선생님을 떠나게 한 손으로 주는 졸업장은 받을 수 없다”며 졸업증서 받기를 거부하면서 파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백군은 “졸업장은 두 분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학교에 맡겨두겠다”고 말했다. 졸업생 대여섯 명의 졸업장 거부가 이어졌다. 한 졸업생은 식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2명의 해직교사에 “가장 존경했던 선생님께 졸업장을 바치고 싶다”며 절을 올리기도 했다. 뒤이은 시상식에서도 수상자 4명이 모두 수상을 거부했다.

졸업식을 마친 학생들은 두 교사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졸업식’을 연 뒤 두 교사를 헹가래 쳤다.

학교 재단 쪽은 두 교사의 징계 사유와 관련해 “두 교사가 그 외에도 여러 차례 학교장 지시를 어겼고 징계가 당연하다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신 교사는 “대안학교의 취지를 살려 학생들의 시험선택권을 존중했고 학교장 지시 뒤에는 시험지를 배부했다”며 “촛불집회도 당시 전국적 관심사라 (토론) 수행평가 과제로 내주고 결과를 평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 교사도 “개교 이래 줄곧 인권을 중시하는 교재로 수업을 해왔지만 학교장 지시 뒤엔 정규 교과서로 수업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해직교사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참스승을 복직시키고 대안교육을 실천하라”며 탄원서 서명운동에 나섰다. ㄷ고는 2004년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취지로 세워진 대구 지역의 첫 대안학교다.

대구/글·사진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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