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농구계의 김구라’ 서정환이 전하는 트래쉬토크가 어느덧 ‘시즌3’로 다시 독자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미국현지에서 촬영한 생생한 사진, 독자 분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소식 많이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에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남을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 합류소식을 다뤄보죠.  

The Decision for what?

지난 8일 저녁 9시(미국 동부시간) 미국 전역의 스포츠바에는 수백만 명의 팬들이 모여들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를 생방송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보통 스타급 대학선수도 기자회견을 통해 거취를 발표한다. 그러나 자유계약선수 한 명의 거취를 밝히기 위해 한 시간짜리 생방송 특별프로그램이 편성된다는 것 자체가 미국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더구나 그 쇼를 기획한 사람이 바로 제임스 본인이었다.

타이거 우즈가 스캔들로 몰락하면서 제임스가 미국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한국에서 농구가 인기 없지만 미국에서는 다르다. 제임스의 미국 내 인기는 한국에서 박지성 정도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제임스는 이미 스포츠라는 분야를 초월한 인물이다. 마이애미행을 발표한 다음날 미국 모든 신문의 1면은 제임스가 장식했다. 로컬뉴스가 강한 미국에서 이 정도 파워를 발휘하는 사람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도가 있을까?

사실 기자는 제임스의 마이애미행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 마이애미로 간다는 가정 하에 미리 속보뉴스를 작성해놓고 그의 입에서 ‘마이애미’가 튀어나오자마자 전송할 기세였다. 왜냐하면 미국언론의 NBA 기자들에게 여기저기 물어보고 주워들은 ‘소스’에 의하면 마이애미행이 가장 유력했기 때문이었다. NBA 파이널을 취재할 때도 기자들 사이에 제임스의 거취는 큰 관심이었다. 뉴욕 닉스가 가장 큰 공을 들이고는 있었지만 제임스의 마음을 붙잡을 결정적인 뭔가가 부족했다.

사실 제임스는 대놓고 닉스 프론트진을 냉대했다. 뉴욕이라는 마켓이 워낙 거대하고 언론의 파워가 세기 때문에 뉴욕의 뉴스가 마치 전국뉴스인 것 같은 효과가 있었던 것뿐이다.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를 데려오면서 폭등했던 닉스의 주식은 하루 만에 폭락했다. 제임스는 2006년 국가대표팀에서부터 이미 웨이드-보쉬와 같이 뛰자는 이야기를 해왔고 결국 실행에 옮겼다. 스타더마이어가 제임스에게 아무리 전화를 한들 이미 승부는 기운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프렌차이즈 스타는 없다!

제임스의 이적은 역시 ‘우승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와 뛴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조합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사업적인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독자들의 환상을 깨서 미안하지만 NBA 선수들은 철저한 이해관계에 의해서 행동한다. ‘난 오하이오 애크런 출신이야. 어떤 시련이 와도 버티고 팬들을 위해 내 고향 팀에 꼭 우승을 안기겠어!’ 제임스가 이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면 정말 순진한 것이다.

우선 미국은 땅이 너무 넓다. 보통 한 주의 크기가 한반도보다 크다. 제임스가 애크런출신이라고 해서 오하이오전체에 깊은 애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골출신의 경우 대도시를 동경하고 특히 고향을 답답해 할 수도 있다. 인디안스 경기에 양키스 모자를 자랑스럽게 쓰고 나오는 ‘개념 없는 짓’을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보스턴에서 양키스 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시비가 붙어 총에 맞아 죽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미국은 고향 팀에 대한 애착이 무서울 정도다. 올해도 제임스는 보스턴 펜웨이파크에 직접 가서 양키스를 응원했었다. 제임스와 추신수가 만났다면 한국 팬들에게는 굉장한 화제가 되었을 텐데 야속하기만 하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프렌차이즈 스타’에 대해서도 재정의가 필요하다. 존 스탁턴이나 레지 밀러처럼 우승을 못하더라도 한 팀에서 주구장창 뛰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세대는 2000년대 초반에 끝났다고 봐야한다. 패트릭 유잉, 칼 말론, 찰스 바클리에서 지금의 빅3까지는 최소 각자 팀에서 뛰어보고 안되니까 말년에 적은 연봉을 감수하고 뭉쳤다. 하지만 마이애미 슈퍼트리오는 선수로서 최전성기에 받을 연봉 다 받으면서 우승까지 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남고 싶어도 남지 못하는 선수도 있다. 뉴욕에서 드래프트되어 시민들이 가장 좋아했던 데이빗 리와 네이트 로빈슨은 ‘르브론 잡기 프로젝트’에 의해 각각 골든스테이트와 보스턴으로 보내졌다. 그 동안 뉴욕이 처참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매진행렬을 벌였던 것은 두 선수의 역할이 지대했다. 어린이들은 로빈슨을 좋아하고 여성들은 리의 저지를 많이 입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올드팬들의 향수나 낭만, 당위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2006년 제임스와 웨이드, 카멜로 앤쏘니가 내한해 코엑스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88서울 올림픽을 치른 경기장에서 뛰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제임스는 “너무 어려서 경기를 못 봤다. 아무 느낌 없다”고 답했다. 88올림픽 4강에서 미국은 소련에 패하면서 92년 드림팀이 출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본인도 그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대표팀의 일원이면서 그런 역사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이 요즘 선수들이다.

제임스에게 ‘제임스, 넌 웨이드와 우승해도 영원한 2인자 스카티 피펜처럼 취급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들 그가 콧방귀나 뀔 것 같은가? 내가 본 제임스는 그런 것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소득세가 없는 마이애미에서 연봉을 얼마나 더 아낄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장면이 어울린다.

마이애미는 미국최대의 휴양도시로 기후가 좋고 경관이 아름답다. 드라마 ‘덱스터’의 배경이 된 곳이라 독자들도 잘 알 것이다. 젊은 선수에게 ‘돈 많이 주고, 우승기회 많고, 친구들 많고, 비키니 입은 미녀들이 바글바글한 곳에 가지 않을래?’라고 했을 때 과연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독자들은 그곳으로 가지 않을 텐가? 기자는 바로 ‘콜’이다.  



실제로 본 마이애미 슈퍼트리오  

마이애미에 모인 세 선수를 직접 취재했던 경험을 돌이켜본다. 르브론 제임스는 항상 수십 명의 미디어와 5대 이상의 카메라를 데리고 다니는 선수다. 별들이 모두 모인 NBA 올스타전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는 단연 코비 브라이언트와 르브론 제임스였다. 덩치 큰 미국기자들에 파묻혀 인터뷰는 고사하고 제임스의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도 어려울 정도다. 제임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심지어 경찰들까지도 본분을 잊고 사인을 요구한다.

너무 어려서부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제임스는 웬만해서 사인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평소에 굳은 표정으로 헤드폰을 끼고 산다. 그런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전국방송과의 인터뷰는 거절 하지 않고 활짝 웃으면서 응한다. 좋게 말하면 프로정신이 투철한 것이고 나쁘게 말했을 때 카메라가 없으면 인터뷰를 잘 안 해주고 완전 다른 사람이 된다. 제임스 뿐 아니라 코비 등 대부분의 스타급 NBA 선수들이 비슷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뉴욕에서 만난 웨이드는 잊을 수가 없다. 코트 안에서의 폭발적인 모습도 좋았지만 바깥에서의 모습이 더 멋있었다. 경기가 끝난 후 한 여성이 웨이드에게 부탁을 했다. 자신의 조카가 암투병중인데 그를 위해서 전화기에 보이스메일 메시지를 직접 남겨줄 수 없냐는 것이었다. 웨이드는 기꺼이 녹음을 해줬고 자신의 신발에 사인해서 선물도 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가 복도에서 잡아서 물어봤을 때도 친절하게 답해줬다. 보통 대꾸도 하지 않고 가는 선수들이 더 많다.

보쉬는 조용한 선수였다. 필라델피아에서 토론토 경기를 취재할 때 보쉬는 조용히 마사지를 받으면서 경기를 준비했다. 토론토는 호세 칼데론(스페인), 안드레아 바르냐니(이탈리아) 등 워낙 다국적 선수가 많아 선수들끼리 어울리는 그룹이 달랐다. 보쉬와 칼데론은 코트 안에서는 좋은 콤비지만 사석에서 많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 등 문화가 다르다보니 보쉬의 말수가 적었다. 그런데 올스타전에서 웨이드-제임스-카멜로 앤쏘니와 있을 때 보쉬는 굉장히 수다스러웠다. 선수들 간의 그런 친밀감이 이번 마이애미 합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물론 기자가 본 것은 세 선수의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이런 것으로 그들을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슈퍼트리오는 어떤 영향을 줄까?

기자가 점장이는 아니다. 2008년 보스턴 빅3 결성당시에도 우승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가 망신당한 경험이 있다. 그래도 마이애미라면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가 세운 정규시즌 최다 72승을 돌파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 동부결승에는 가지 않을까? 그들의 계약기간 5년 동안 적어도 두 번은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들의 우승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사건으로 팬들이 농구를 떠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세 선수의 조합은 비디오게임에서나 볼 수 있던 ‘치트키 조합’이기 때문이다. 제임스와 보쉬가 떠난 클리블랜드 대 토론토의 경기를 대체 무슨 흥미를 가지고 지켜봐야 될지 걱정이다. 경기장 입장 수익 등 미국 내 인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국내에서는 큰 이슈가 생겨 오히려 농구의 흥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LA 레이커스와 마이애미 히트가 맞붙을 올해 크리스마스 매치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점프볼 서정환기자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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