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알려지면 얼마나 파장이 큰지 아느냐"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나 김태촌인데.. 안 만나주면 (집이) 피XX가 될텐데 상관없다 이거지?"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 출신인 김태촌(58)씨가 영화배우 권상우(29)씨측에 건넨 몇마디는 비록 짧은 전화통화였지만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위협적이었다.

한류스타인 권씨가 사생활 노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사실을 고소했고 실제로 김씨가 사법처리된 점 등은 연예인들이 폭력조직 출신 인사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소문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권씨가 조폭 출신인 자신의 전직 매니저에게 협박을 당해 매니지먼트 독점 위임 각서를 써 준 점도 얼룩진 연예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 김태촌인데.." = 검찰 공소장 등에 따르면 김씨는 작년 4월 권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종교활동 중 알게 된 일본인 친구 N씨로부터 "권씨가 시계를 받고도 팬미팅 공연을 해 주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권씨에게 이를 따지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통화의 내용은 권씨에게 팬미팅 참여를 설득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씨는 권씨의 지인이 휴대전화를 대신 받자 "나 김태촌인데..권상우가 일본에서 시계를 받고도 공연을 해주지 않는다고 들었다. 권상우를 만나야 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권상우 집이 ○빌라 OOO호 맞지? 안 만나주면 집으로 간다. 내일부터 (집이) 피XX가 돼도 상관없느냐"고 권씨측을 위협했다.

이튿날 김씨는 권씨와 직접 통화하면서 "내가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는데, 애들이 얘기를 안했나 보지?"라고 협박조로 말을 꺼냈다.

김씨는 권씨가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일본인 친구가 권상우에게 사기를 당해 고소를 하겠다고 했다. 나도 그 내용 그대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러 가겠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에 피소되고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자신을 만나러 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씨는 "전화로 얘기하시지 제 집에 왜 오시는 거냐"며 김씨의 요구를 거절했다.

김씨는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해야겠느냐"며 "이렇게 얘기하는데도 나를 안 만난다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다는 거지?"라고 또 다시 위협했다.

이미 유사한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 권씨는 작심을 하고 통화내용을 직접 녹음한 뒤 검찰에 넘겼고, 김씨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 `매니저 독점계약' 강요받아 = 권씨는 전직 매니저 백모씨로부터 독점 계약을 강요받기도 했다.

2003년 5월부터 2년간 권씨의 매니저 일을 해 온 백씨는 유명 폭력조직인 양은이파 부두목격 인물의 아들이자 폭력조직 S파의 조직원 출신이다.

백씨는 종종 권씨에게 거물급 조폭들이 자신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그는 매니저 계약이 끝난 이후인 2005년 11월 권씨가 사생활과 관련해 `약점'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자 이를 언론 등에 폭로할 것처럼 권씨를 협박했다.

특히 "나는 감방 가도 편하게 지낼 수 있지만 연예인 스캔들이 알려지면 얼마나 파장이 큰 지 아느냐, 무사할 것 같으냐"고 겁을 줬다.

결국 권씨는 같은 달 울며 겨자먹기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소속사에 있는 동안 매니지먼트 일은 백씨에게 위임하며 이를 어길 경우 10억원을 백씨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줘야만 했다.

prayerahn@yna.co.kr

(끝)


<모바일로 보는 연합뉴스 7070+NATE/ⓝ/ez-i>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졸라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