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05-01-05 18:49]

“꼬레아에서 왔어요? 나 안정환 알아요. 한국 축구 아시아 넘버원!”

인도네시아 반다아체시 마따이 난민촌의 한 이재민 입에서 5일 축구 국가대표 안정환 선수의 이름이 나왔을 때 기자는 귀를 의심했다. 지진해일이 몰아치기 전에도 내전으로 불안정했던 분쟁지 외딴 마을에까지 한국 축구의 명성이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긴급구호팀이 지난 1일 도착했을 때만 해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이들이 축구 얘기를 꺼낼 만큼 여유를 되찾은 모습은 눈물겹도록 반가웠다.

기아대책 구호팀이 닷새째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마따이 난민촌에선 이재민들이 구호품으로 받은 물과 비스킷을 들고 와 의료진에게 건네며 고마움과 친근감을 표시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마땅히 마음을 표현할 선물이 없어 구호품 일부를 진료캠프에 갖다 놓은 것이다. 7살 딸 아유마리따를 데리고 찾아온 리사(30·여)씨는 “한국 의사들이 와줘서 너무 기쁘다”며 구호품 물병을 내려 놓고는 “내일도 꼭 (진료를) 해달라”고 말했다.

구호팀은 이번 활동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재민들과 후원결연을 맺기 위해 난민촌 천막마다 방문하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인적사항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기아대책 김선아(29·여) 홍보팀장은 “라오스 내전 때도 전쟁고아들과 한국 후원자 결연사업을 벌여 지금도 라오스 어린이 수천명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이번 구호활동이 끝난 뒤에도 지속적인 후원이 이뤄지도록 결연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태가 나빠 진료캠프까지 오지 못하는 이재민을 위해 4일부터는 ‘왕진’을 시작했다. 의료팀 중 ‘약국반’ 간호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아빳까바(안녕하세요)’ ‘다기(아침)’ ‘시앙(점심)’ ‘말랑(저녁)’ ‘사뚜(하나)’ ‘뚜아(두개)’ ‘사뚜아리(하루)’ 등 의료지원에 필요한 현지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가 됐다.

반다아체 시가지는 아직 연료가 부족해 오토바이에 자전거나 다른 오토바이를 줄로 연결,함께 타고 다니는 아슬아슬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이틀 전부터 호주 군인들이 발전기와 양수기를 이용해 아체강 물을 끌어올려 정화한 뒤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구호활동 지역도 계속 넓혀 지난 3일 찾아갔던 우중밧대 네흔 마을에 이어 인근 해안의 바엣 마을과 까주 마을에도 의료진을 파견했다. 기자가 구호팀과 함께 찾은 바엣·까주 마을은 지난달 26일부터 도로가 끊겨 일주일 이상 고립된 곳이다. 마을을 삼켰던 바다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고 있었지만 인간이 만든 건물은 철저하게 파괴된 상태였다. 주민 살라모딘씨는 반다아체에서 8만∼10만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우리 마을만 피해를 입은 줄 알았다”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네흔 마을에는 외신기자와 외국 구호단체가 도착해 있었다. 그들은 기아대책 구호팀이 이미 사흘 전부터 이 곳에서 진료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어떻게 그토록 일찍 들어왔냐”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반다아체시 다이눌 아리핀 팡그리마 홀름(52) 식품안전청장은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주민들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시가 제모습을 찾으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다아체시 보건환경을 책임지는 그는 “반다아체 인구 30만명 중 3분의 1인 10만명 가량이 사망했는데 지금까지 시신 1만7000여구를 매장했다”며 “다행히 전염병 발생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다아체=한장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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