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두려웠다."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하는 글을 발표한 한승조 전 고려대 명예교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도 7일 오후 한 전 교수의 망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자신의 홈페이지(www.gtcamp.or.kr)에 올린 '과거에서 배운다는 것'이라는 글에서 "(한 전 교수와 같은 주장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같은 논리로 '군부독재'도 옹호하곤 했던 것 같다"며 "일제가 패망했고, 군부독재도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결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장관은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논리의 파탄', '지성의 공황'이라는 말을 떠올린다"고 소회를 밝힌 뒤 "이런 생각이 이완용이나 이광수 같은 친일파를 낳았고, 히틀러 같은 나치주의자들을 길렀으며, 군부독재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은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로 역사적 진실 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글을 맺었다.


다음은 김 장관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과거에서 배운다는 것


"우리에게 '과거'란 무엇일까?"

요즘 들어 이런 고민에 빠질 때가 많다. 자동차 경주를 하듯 분주한 일과를 보내는 것이 요즘 일상이지만, 간혹 자동차가 꼼짝없이 정체구간에 갇혀 짬이 날 때면 생뚱맞게도 이런 고민이 스멀스멀 고개를 든다.


어떤 대학교수가 정말 생뚱맞은 '망언'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내용과 표현이 너무나 도발적이고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짐작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두려웠다.


사실, 사석에서 비슷한 뉘앙스의 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번 한교수의 주장처럼 도발적이지는 않았지만 언뜻언뜻 '결과적으로 근대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는 뉘앙스를 비치곤 했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면 가급적 자리를 피했지만 가끔씩 논쟁을 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같은 논리로 '군부독재'도 옹호하곤 했던 것 같다. 군부독재 자체는 나쁘지만 산업화에는 기여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과정이 어떠했건 결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으니까 공과 과를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제가 패망했고, 군부독재도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결과적으로' 사회를 발전시켰다고 믿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논리의 파탄', '지성의 공황'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같다. '결과적으로' 눈에 보이는 진전을 이루기만 하면 과정이 어떻건,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어떻건 상관없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이완용이나 이광수 같은 친일파를 낳았고, 히틀러 같은 나치주의자들을 길렀으며, 군부독재가 활개 칠 수 있는 토양이 됐다는 점을 이 사람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정파적 계산에만 몰두하다보니 모른 체 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스펜서 존슨의 책 '선물'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과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하면 과거를 보내기 쉽지 않다. 배움을 얻고 과거를 보내야 현재가 더 나아진다."

우리는 요즘 과거를 털고 미래로 가자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과거를 철저하게 반성하고 교훈을 얻지 못하면 과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그래야 현재가 더 나아질 수 있고,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과거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단죄'만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곧 과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사회가 합의하는 과정이고, 그래야 과거의 교훈에서 현재와 미래를 발전시키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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