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역사 장식한 '하위시드 대반란'

배딸룡 2006.04.07 20:43 조회 수 : 258

지난 1994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연장전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을 때 스코어보드에는 98-94라는 결과가 적혀있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결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반면, 디켐베 무톰보는 공을 품에 안고 기쁨에 젖어 관중들과는 심히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덴버 너게츠가 플레이오프 방식이 지금과 같아진 지난 1984년 이후 처음으로 1번시드 팀을 꺾는 8번시드 팀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덴버는 42승을 거둬 턱걸이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정규시즌 챔피언 시애틀 수퍼소닉스와의 전력차는 현격해보였다. 시애틀은 구단사상 최다승 기록인 63승을 기록하며 동부컨퍼런스 뉴욕 닉스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팀이었다.

시애틀은 5전3선승제로 열린 1라운드 첫 홈 2연전을 승리하며 무난히 2라운드에 진출하는듯 했다. 당시 덴버 감독 댄 이셀조차 "올해는 선수들이 큰 경기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 족하다"며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바라봤던 시리즈였다.

하지만 이셀의 생각은 선수들에게 '져도 본전'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 덴버는 홈에서 열린 3-4차전을 내리 잡은데 이어 시리즈 최종전을 5차전으로 미뤘다.

4쿼터 종료직전, 시애틀은 켄달 길의 극적인 레이업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대망신' 직전에서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로버트 팩, 라폰조 엘리스 등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덴버 선수들의 기세는 연장전에서 더욱 거세졌다.

덴버의 쾌거가 있은지 정확히 5년 후 '1번시드 대참사'는 동부에서 재현됐다. 1997년 플레이오프 난투극 이후 라이벌로 급부상한 동부 1번시드 마이애미 히트와 8번시드 뉴욕이 1라운드 맞대결을 펼쳤고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마이애미는 33승(98-99시즌은 직장폐쇄 여파로 인한 정규 50경기의 단축시즌)으로 동부 1번시드를 확보한 반면 뉴욕은 27승으로 샬럿 호네츠를 1경기차로 힘겹게 따돌리고 플레이오프 막차에 올랐다.

하지만 양팀의 시리즈에서 정규시즌 성적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뉴욕은 1차전에서 라트렐 스프리웰과 앨런 휴스턴의 '트윈테러'가 44점을 합작한데 힘입어 95-75 완승을 거뒀다. 마이애미는 2차전 26점을 퍼부은 알론조 모닝을 앞세워 83-73으로 승리, 시리즈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뉴욕에서 나란히 1승씩 주고받은 양팀의 최종승부는 1999년 5월17일(한국시간) 마이애미에서 열렸다. 엎치락뒤치락했던 이날 승부는 너무나 극적인 장면과 함께 마무리됐다. 뉴욕이 76-77로 뒤진 종료직전, 앨런 휴스턴이 던진 회심의 중거리슛이 림 위에서 통통 튀기더니 그대로 빨려들어간 것.

뉴욕은 종료 0.8초전 터진 휴스턴의 '시리즈 위닝슛'으로 톱시드 마이애미를 꺽은데 이어 기세를 몰아 결국 NBA 파이널에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1승4패로 무너졌지만 파이널에 진출한 역대 최초의 8번시드 팀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8번시드 팀의 1번시드 격파는 이제 NBA 클래식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시리즈가 7전4선승제로 바뀌면서 전력차를 극복하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

하지만 1994년 그 누구도 덴버가 사건을 터뜨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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