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NBA 구단주들은 수비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가장 주된 논란의 요인은 바로 지역방어의 부활. 1961년 이후 한번도

NBA 코트에 사용된 적이 없었던 지역방어가 코트에 돌아오면서 NBA 농구경기도 변화를 맞았다.

지역방어에 반발한 프로리그

지역방어는 말 그대로 코트 위 수비수 다섯 명이 사람이 아닌 ''구역''을 지키는 수비다. 특정

선수와 1대1로 매치업 되는 맨투맨(대인방어)에서는 개인기가 좋은 선수가 더 우세할 수도 있고,

수비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지만 지역방어는 이러한 맨-투-맨에서 오는 열세를

수비적 약속에 의해 극복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한마디로 돌파나 포스트 볼 투입을 막는데 더 용이하다는 것.

이러한 지역방어는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이미 1910년대부터 클레어 비(Clair Bee)와 같은

저명한 감독들 사이에서 지역방어의 활용법과 지역방어 공격법(존-오펜스)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했으며, 프린스턴 모션 오펜스처럼 다른 디비전에 비해 장신자가 부족하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의 팀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사용되는가 하면, 롱아일랜드, 예일, 세인트루이스 등

50~60년대의 강팀들도 토너먼트에서 지역방어로 수 차례 우승을 거둔 바 있었다.

하지만 프로농구 무대에서만큼은 지역방어가 환영 받지 못했다. 경기의 흥미를 떨어뜨린다는 생각 때문

이었다. 이미 24초 공격제한 시간을 도입하면서 보다 빠른 템포의 농구를 표방했던 NBA는 61년에 처음으로

지역방어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선수들의 개인기와 화려함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던 것.

그랬던 NBA가 40년이 지난 2001년, 다시 지역방어를 선택했다.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앨런 아이버슨 등 수많은 스타들의 개인기로 세계로 발돋움 했던 NBA였지만, 지나치게 스타의

아이솔레이션에 의지하고 경기가 지루해지면서 농구가 갖고 있는 ''진정한 멋''을 잃어간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NBA 구단주들은

1) 지역방어 허용

2) 수비자 3초 룰(페인트 존에서 수비자는 3초 이상 머무를 수 없다)

3) 8초룰(공격 팀은 8초 이내에 하프코트를 넘어야 한다) 등의 룰 개정에 찬성하면서 이를 공식화했다.

NBA의 지역방어

지역방어 부활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심지어 "프로농구가 매력을 잃게 될 것이다"라며 분노한 지도자도

있었고, 선수들 역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샤킬 오닐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했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와 같은 저명한 언론에서도 "아이버슨과 빈스 카터 등은 그들이 빛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기에 바빴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타들이 지역방어에 묶여 기동력을

잃게 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지역방어가 있든 없든 아이버슨은 여전히 아이버슨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샤킬 오닐의 위력도 변함이 없다. 지역방어는 지역방어일 뿐, 슈퍼스타들과 감독들은 지역방어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간 것이다.

지역방어 도입 첫 해였던 2001-02시즌, NBA 29개 구단은 지역방어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정도만 케빈 가넷의 기동력을 살린 매치업-존, 드롭 존으로 화제를 모았을 뿐, 지역방어 사용빈도는 낮았다.

그러나 충분한 여유를 갖고 맞이했던 2002-03시즌, NBA 구단들은 본격적으로 지역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숀 브래들리의 장신을 살려 2-3 지역방어로 NBA를 공습했고, ''지역방어 반대론자''로

유명했던 팻 라일리 전 마이애미 감독이나 조지 칼 역시 지역방어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래리 브라운도 NBA 지역방어가 갖고 있는 이점을 활용한 변칙 수비로 효과를 봤으며, 스타들의 발을 묶기 위한

스카우트와 전력분석은 더욱 활발해졌다. 몇몇 구단들은 NCAA나 유럽에서 수비로 저명했던 코치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현 포틀랜드 감독, 네이트 맥밀란도 시애틀 소닉스 시절, 수비로 유명한 존 체이니 감독을 17년간 도왔던

딘 데모폴루스 코치를 초빙해 지역방어를 논의한 바 있다.

사실, NBA 지역방어는 아마추어의 지역방어와는 차이가 있다. 수비자가 페인트 존에서 3초 이상 머물 수 없는 룰이

그 이유다. 때문에 각 구단들은 지역방어 형태를 갖춘 변칙 수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샤킬 오닐이 LA 레이커스를 이끌던 시절이었다. 오닐이 발 부상으로 터닝(turning)하는 방향이 일정하다는 것을

간파한 상대는 아예 수비수 한 명을 붙박이로 배치하면서 효과를 보았다. 오닐의 패스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었지만 다른 한 쪽에서 레이커스 선수들의 커팅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끊임 없이 이어지면서 이는 맞아떨어질 수 있었다. 맨-투-맨 시절, 포틀랜드 블레이저스가 스카티 피펜을 활용해

일리걸 디펜스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던 시절보다 한결 편리해진 것이었다.

벤 월라스의 중거리 슛이 좋지 않기에, 위크사이드에 있는 그를 내버려두고 아예 다른 길목을 지키는 수비, 혹은

제이슨 키드의 픽-앤-롤을 막기 위해 발 빠른 가드 한 명을 키드에게 붙이고 본래 키드의 매치업 상대가 길목을

막는 수비 등 맨-투-맨과 지역방어를 절묘하게 혼합한 형태의 수비가 유행하고 있다.

지역방어와의 공존

이처럼 지역방어가 활성화되어도 공격에는 변함이 없다. NBA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통해 그 공격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방어를 깨기 위해서는 더 많은 움직임이 요구된다. 끊임없이 커팅을 하고, 스크린을 걸어야 하며 볼을 돌려야 한다"는

명감독 피트 뉴웰의 말처럼, NBA 감독들 사이에서는 존-오펜스(Zone Offense)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 토론토 등 모션 오펜스를 도입한 구단들이 부쩍 늘어난 것, 포인트가드가 약한 팀들의 경우, 공격을 시도하는

시간과 템포가 빨라진 것도 이러한 수비 경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한편 감독들은 고등학생, 대학 초년생들의 프로진출 증가가 정상적인 지역방어, 혹은 존-오펜스 사용에 어려움을

더해준다는 볼멘 소리도 한다. 아직까지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운동능력에만 의존하는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쁜 습관을 들인 선수들의 경우, 약속된 수비 움직임에 따라 상대를 저지시키기 보다는, 탄력을 이용해 블록으로

처리하려 해서 파울 트러블에 걸리거나 이지-슛(easy-shot) 찬스를 내줄 수도 있다. 제리 슬로언 감독은

안드레이 키릴렌코(유타)에게 이러한 지적을 한 바 있고, 크리스 보쉬(토론토)나 타이슨 챈들러(시카고),

에디 커리(뉴욕)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에서도 스크린의 중요성, 점프슛의 중요성이 끊임 없이 요구되고 있다.

대세는 픽-앤-스크린

그러나 지역방어의 존재와 상관없이 NBA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여전히 ''픽-앤-롤로 득점을 잘 할 수

있는가''와 ''픽-앤-롤을 어떻게 수비하느냐''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픽-앤-롤 혹은

픽-앤-팝 공격을 즐겨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50~60대 농구코치들은 "픽-앤-롤은 60~70년대에 거의 사라졌던 공격법이었다. 우리 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90년대 들어서 NBA든, 유럽이든, 대학농구든 픽-앤-롤이 유행처럼 되었고, 오늘날 NBA에서는 거의

생명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댈 해리스(댈러스) 코치는 "픽-앤-롤이 사라진 이유는 지역방어가 그 효과를 반감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역방어를

이용한 변칙 수비가 활성화된 오늘날에, 픽-앤-롤이 애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라며 현 추세를

설명한다. 그는 "다양한 위치에서 사용되는 픽-앤-롤을 잘 수행하는 팀, 스위치든 헷지(hedge)든 어떤 방법으로든 상대

픽-앤-롤을 잘 봉쇄하는 팀이 NBA 우승 팀이 될 것"이라 덧붙였는데, 실제로 픽-앤-롤을 잘 쓴 피닉스 선즈, 픽-앤-롤을

잘 쓰고 잘 막아냈던 샌안토니오 스퍼스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는 2005년 NBA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궁극적으로 봤을 때, 지역방어는 게임을 바꿔놨지만, 그 게임에서 승리하는 요소는 변함이 없다는 결론을 볼 수 있다.

즉, 지역방어를 시행하고, 이를 깨는데 가장 필요한 요소들. 끊임없는 풋-워크와 스크린, 팀 플레이를 위한 마인드, 점프슛,

패스, 등 농구가 갖고 있는 본연의 요소가 잘 갖춰진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시즌에는 어떤 팀이 ''기본''을 잘

지켜 우승의 영예를 맛볼 지 궁금하다.

(NBA ASIA 손대범(수퍼액션 NBA 해설위원, 루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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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수비를 제대로 볼 수 있는 팀은 디트로이트....
애틀란타 같이 팀 수비가 약한 팀에서 코비가 득점하려면 조쉬 칠드레스 하나를 제치고 아이페이크로 파출리아의 타이밍을 뺏어버리면 득점 2점이지만, 디트로이트에서 코비가 득점하려면 립 해밀턴과 프린스의 돌려막기를 뚫고나서 점프할 타이밍을 주지 않고 바로 벤과 프린스가 더블팀 해버립니다. 억지로 점프하면 벤이 찍어버리죠. 그것이 디트로이트 감독 플립 손더스의 2-2-1 디펜스 ...
해밀턴과 프린스의 더블팀은 NBA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