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울린 ‘젊은아빠’ 파일럿

섹건 2006.05.06 14:46 조회 수 : 267

어린이날 울린 ‘젊은아빠’ 파일럿

[조선일보 2006-05-06 02:57]    




에어쇼 공군기 추락… 조종사 김도현 대위 숨져
관람석 피하려 비상탈출 않고 조종간 사수한듯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허윤희기자]

파일럿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


추락하는 전투기는 활주로 옆의 관중석을 피해갔다. 내리꽂히는 전투기에서 파일럿은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았다. 활주로와 보조 활주로 사이 무인(無人)의 공간을 들이받은 전투기는 새카만 연기를 하늘로 뿜었다. 어린이날인 5일, 33세의 파일럿 김도현(공사 44기) 대위는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에어쇼’를 구경하던 어린이들과 이렇게 이별했다.


결혼 4주년 기념일에…

이날 두 살, 세 살짜리 두 아들은 강원도 원주의 관사에서 아빠의 죽음을 알지 못했고, 결혼 4주년 기념날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내는 실신했다.


어린이날 에어쇼가 열린 5일 오전 11시.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 공군10전투비행단 수원비행장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소속 A-37전투기 6대가 발진했다. 활주로 옆 간이 관중석의 어린이와 동반 가족 1300여명은 눈빛을 반짝이며 연무(煙霧)로 꼬리를 남기는 곡예비행에 즐거워했다.





11시50분쯤 두 대의 솔로 전투기는 곡예의 끝으로 ‘X자 교차비행’을 시도했다. 각각 관람석 좌우에서 연무를 내뿜으며 300m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온 두 비행기가 교차하는 순간,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지나가던 전투기가 360도 회전을 하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지상 330m의 상공에서 요동치는 비행기의 모습에 관람석에서는 “어~어~어…” 하는 당황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비행기는 화염에 휩싸였다. 추락과 동시에 먼저 공군관계자 2명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10명 정도의 군인들이 뒤따라갔다. 추락한 곳에서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올랐다. 관람석과는 불과 1.8㎞ 떨어진 곳이다. 희생자는 김 대위 한 명. 공군관계자는 “비상탈출을 했을 경우 비행기가 관람석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조종사가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소가 차려진 원주 제8전투비행단, 불과 몇 시간 전 시속 600㎞의 전투기 조종석에서 마주 봤던 블랙이글의 동료들은 목이 메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 오른 손동수 소령은 “사고 당시 위에서 불꽃이 튀는 순간을 바라보는 심정을…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이 김 대위 4주년 결혼기념일이었는데…행사만 잘 마치면 모두들 가서 가족들하고 편안히 연휴를 보낼 생각이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김진호 중령은 “위험한 순간에 즉시 ‘풀업(Pull up·급상승)’지시를 내렸는데, 바로 회복하지 못한 것은 관람객에서 최대한 떨어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아들 아빠죽음 몰라

사망한 김 대위는 최정예 공군조종사만 자격이 있는 블랙이글의 멤버가 누구보다 되고 싶어했다. 블랙이글은 각종 행사에서 에어쇼만을 전문으로 하는 상설 특수비행팀이다. 2년전쯤 블랙이글팀에 합류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당시, 김 대위는 축구 시합 도중 다리가 부러졌다. 그는 “절망이었죠. 5~6개월 동안 비행 자체를 할 수 없었지만, 블랙이글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죠”라고 말했다.


“비행은 겸손하게” 신념

그는 작년 2월 꿈에 그리던 블랙이글의 멤버가 됐다. 950시간의 비행경력, 마라톤을 5번이나 완주한 체력의 소유자인 그는 공사 졸업시 4등의 성적으로 합참의장상을 받았다. 일반 대학의 총학생회장에 해당되는 전대장 생도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은 항상 겸손하게”라는 신념을 가졌지만, 3년 만기의 블랙이글 멤버인 것을 무엇보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누가 “블랙이글팀이 좋냐”고 물으면 “있으라면 평생이라도 있고 싶다”고 대답하곤 했다. 그는 영원한 블랙이글팀 멤버로 하늘 나라로 갔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bemil.chosun.com])

(원주=허윤희기자 [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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