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여덟 팀밖에 해내지 못했던 일
피닉스의 극적인 시리즈 뒤집기


“플레이오프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선수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단기전인 만큼, 포기하지 않고 믿음을 갖고 임하면 안 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피닉스 선즈 선수들은 그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연장 접전 끝에 LA 레이커스에게 4차전을 내주면서 3-1로 궁지에 몰렸던 그들이었지만, 정작 시리즈를 웃으면서 끝낸 것은 피닉스였다.

자신감과 경험이 바꿔놓은 운명
스티브 내쉬는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숀 메리언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어쨌든 해냈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7전4선승제 시스템에서 내리 3연승을 거둔다는 것은, 특히 1승3패에서 뒤진 상황에서 리버스 스윕(Reverse Sweep)을 해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선즈가 지난 일요일 경기에서 해내기 전까지 NBA 역사상 겨우 일곱 번 밖에 없었던 일이었다.

단기전에 이미 전술과 변칙공격은 물론, 선수 개개인의 성향마저 파악된 상황에서 뒤집기가 가능했던 것은 내쉬의 말처럼 “끝나지 않았다”는 자신감과 많은 시리즈를 치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면 레이커스는 시리즈가 장기화되면서 스무시 파커의 슈팅 슬럼프가 심해졌고, 성범죄 혐의로 심경이 복잡했던 콰미 브라운이나, 루크 월튼의 서포트도 효율성을 잃어갔다.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예를 살펴봐도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 수 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이어 댈러스 매버릭스에게도 4-0으로 요리를 당한 멤피스는 역대 플레이오프 전적 0승12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플레이오프 12연패는 NBA 역대 최고 기록. 파우 가솔과 셰인 베티에이는 “3차전에서 패해 3-0이 되었을 때 이미 자신감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4차전에서 멤피스는 홈 팬들 앞에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졌고, 성적을 떠나 홈 팬들의 성원마저도 잃는 악재를 겪었다.

시리즈를 뒤집은 팀들
사실, 피닉스와 레이커스는 36년 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단지 다른 것은 레이커스가 1승3패로 리드 당하다 시리즈를 뒤집었다는 것뿐이다. 1970년, 제리 웨스트와 엘진 베일러, 윌트 채임벌린이 이끌던 레이커스는 서부 디비전 준결승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후 3연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기적적으로 3연승을 달렸다. 7차전 점수는 129-94. 올해와 비슷했다. 그러나 선즈는 졌지만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창단한 지 겨우 2년째 되는 해에 명문팀을 궁지로 몰아넣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관중동원에도 탄력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피닉스는 이후에도 한번 더 역사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95년 서부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가진 휴스턴 로케츠와의 일전이 그것. 찰스 바클리와 케빈 존슨이 이끌던 피닉스는 일찌감치 3승1패로 앞서가며 못 이룬 우승의 꿈에 다가가는 듯 했다. 3차전에서 118-85로 대패했지만 1차전에서 130-108로 가져간 바 있고, 4차전에서 다시 114-1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6위로 PO에 올라 유타 재즈를 격침시킨 디펜딩 챔피언, 휴스턴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하킴 올라주원, 클라이드 드렉슬러, 로버트 오리, 마리오 엘리 등이 주축이었던 휴스턴은 끈질기게 선즈를 물고 늘어졌고, 부상 투혼을 펼치던 바클리는 내/외곽 공습이 무서웠던 휴스턴에 결국 홈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당시 결정적인 찬스를 3점슛으로 이끌었던 엘리의 3점포는 로케츠 팬들에게는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역전은 우승의 원동력
1승3패로 뒤지다 시리즈를 엎은 일곱 팀 중 세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95년의 로케츠가 그런 예로서, 역대 NBA 우승팀 중 가장 낮은 시드로 PO에 올라 우승을 거둔 그들은 “챔피언의 저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NBA 2연패 금자탑을 자축했다.

보스턴 셀틱스도 두 번(68년, 81년)이나 그런 저력을 과시했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두 번 모두 필라델피아 76ers였다. 81년 동부 결승에서 보스턴은 4차전까지 1승3패로 뒤졌지만, 5,6차전에서 각각 2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를 7차전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보스턴에서 치러진 7차전. 셀틱스는 빌 러셀의 맹활약을 앞세워 91-90으로 승리하면서 NBA 파이널에 진출, ‘트윈타워’의 휴스턴을 4승2패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97년 시리즈에서는 잊지 못할 폭력사태도 있었다. 90년대 후반 ‘허슬 시리즈’로 대변되었던 뉴욕 닉스-마이애미 히트간의 동부 컨퍼런스 준결승 시리즈에서는 히트가 1승3패로 리드 당하다 시리즈를 뒤집었다. 그 뒤에는 폭력사태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 팀간의 물리적 다툼으로 이에 관여한 선수들이 모조리 줄징계를 당하고 만 것. 특히 닉스는 패트릭 유잉, 알렌 휴스턴, 찰리 워드, 래리 존슨, 존 스탁스 등이 나서지 못해 타격이 컸는데, 이로 인해 내리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닉스가 3연패를 당한 것은 그 시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03년 트레이시 맥그레디가 이끌던 올랜도 매직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상대로 앞서나가 T-MAC이 최초의 2라운드 진출 꿈을 이루는 듯 했으나 거짓말처럼 내리 3패를 당하면서 주저앉았다. 매직은 이듬해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고, 맥그레디는 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NBA 커리어의 제2막을 마무리했다. 79년 워싱턴 블리츠(현 위저즈)도 애틀랜타 호크스를 상대로 기적을 이루며 NBA 준우승을 거두었다.

올해의 피닉스는 어떠할까. LA 클리퍼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있는 선즈는 비록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가 시즌-아웃 되었고, 커트 토마스 역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여전히 사기는 충만해있다. 클리퍼스 역시 기대했던 레이커스와의 ‘헐리우드 시리즈’는 불발되었지만, 상대팀이 누가 될 지 기다리느라 지쳤다며 의욕이 대단하다.

NBA 역사상 정규시즌 MVP가 소속된 팀이 NBA 파이널에 오른 경우는 27번 있었고, 그 중 우승컵까지 거머쥔 경우는 20번 있었다. 과연 스티브 내쉬의 피닉스가 21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지, 선즈가 1승3패로 뒤지던 시리즈를 뒤집고 우승까지 올라선 역대 네 번째 팀이 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그인이 안되는 경우.. 가오파 2021.02.20 1184
공지 주소 복구했습니다. - 수정 가오파 2019.01.20 4986
공지 채팅 IRC말고 DISCORD로 넘어감 사자 2016.08.19 3839
공지 자유게시판 [127] 배삼룡 2004.11.11 6296
6093 [Today's NBA PO] 완패 제임스 "할 말이 없다" [1] 배딸룡 2006.05.08 287
» [NBA 스페셜] 피닉스의 극적인 시리즈 뒤집기 배딸룡 2006.05.08 230
6091 ‘개도 개나름···’ 출연료 제각각 [3] 배딸룡 2006.05.08 228
6090 기사플스 노래 아시는분 - _- ;; [1] 하이하이 2006.05.08 177
6089 아 또이래 ㅡㅁㅡ [2] 스피릿오브 2006.05.08 301
6088 NBA 수비왕에 벤 월라스 [2] 배딸룡 2006.05.08 261
6087 '최강' 디트로이트, PO 2라운드 서전 승리 배딸룡 2006.05.08 271
6086 이거거든!! [2] 배딸룡 2006.05.08 286
6085 내가 주로 사용하는 농구 스킬 [3] 배삼룡 2006.05.08 308
6084 내얼굴 [1] 쥬다스君 2006.05.08 268
6083 흠 -ㅅ- [1] 섹건 2006.05.07 319
6082 NHK에 어서오세요2 [1] 섹건 2006.05.07 278
6081 흠 NHK에 어서오세요 [2] 섹건 2006.05.07 325
6080 2단도 단인가요?? 배딸룡 2006.05.07 232
6079 God Damn Cray Sunday오후, [1] 섹건 2006.05.07 260
6078 복수자 [2] 섹건 2006.05.07 294
6077 흠 이거대로 키워야대나? [6] 섹건 2006.05.07 306
6076 피닉스, 레이커스 격파 극적인 2회전 진출! 레이커스떡실신 [2] 배딸룡 2006.05.07 246
6075 넨마 관광 [3] 배삼룡 2006.05.07 281
6074 안습런쳐의 한계 [2] 배삼룡 2006.05.07 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