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ㆍ연출 이주환)의 영포(원기준)는 악역인데도 인기가 많다. 영포는 KBS 사극 ‘해신’에서 심각한 악역인 염장(송일국)과는 완전히 다른 ‘코믹 악역’으로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경솔한 성격의 영포는 형인 대소(김승수)를 위한답시고 꾸미는 일마다 사고를 치고 있다. 영포는 머리로나 무예로나 대소를 능가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주몽과 적대 관계에 있는 대소형님을 따른다. 그런데 수가 짧아 오히려 일을 그르친다.

영포는 대소를 지지해줄 마우령 신녀를 부여 신녀로 만들기 위해 자객을 보내 부여 신녀인 여미을을 죽이는 무모한 짓을 감행한다. 형을 위해 일을 하고도 잘 했다는 칭찬은 커녕 욕만 먹는다. 대소가 영포에게 하는 말은 항상 “한심한 놈~” “니놈이 실성하지 않고 어떻게~”와 같은 말이다.


이런 단순 악역인 영포가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인기 만점이다. 디시인사이드 ‘주몽’ 드라마 갤러리에서 영포는 ‘캐발랄’ ‘울끈불끈’ ‘광렬눈빛’ 등의 애칭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그럴까? 영포가 불쌍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영포에게서 무력한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이 읽혀지기 때문일 것이다. 영포도 개인적인 욕망(야심)을 지녔다. 주변의 말을 듣고 형을 배신해 태자가 되려는 욕심을 가진다.

밀무역꾼 도치 등과 공모해 적대국인 옥저에 무기를 팔아먹고 이문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허점 투성이라 매번 탄로나는 바람에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되버린다.

“주몽에게 밀려나는 건 견딜 수 없다”고 나름대로는 심각하게 이를 갈지만 이를 극복할만한 자질이 부족한 영포를 시청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코믹 코드로 소비한다. 그의 치밀하지 못함이 개그가 되버리는 것이다.

영포왕자에게서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 ‘형님뉴스’ 코너의 ‘길용이’의 향기가 났다는 마이클럽 연예 게시판의 글(글쓴이:socoori)도 영포 캐릭터 소비방식의 일단을 보녀준다.



형님뉴스의 메인 앵커인 형님(강성범)은 현장에 나가있는 리포터인 ‘길용이’가 항상 못미덥다. 우직한 길용이는 항상 “형님 저 못믿으십니까?”라는 콤멘트를 하지만 형님은 틈만 나면 길용이 대신 가공의 인물인 덕근이를 보내려고 한다.

대소 형님이 영포를 보는 심정도 이와 비슷할 거라는 내용의 이 글은 “길용이와 영포왕자가 만나면 죽마고우가 되지 않을가 상상하면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포는 최완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욕심을 가지지만 치밀하지 못해 인정을 받지못하고, 악행을 함에도 밉지않은 영포를 통해 과거를 재현하는 사극의 ‘현재성’을 확보하는지도 모른다.

사족이지만, 영포 왕자에게 그 흔한 멜로라인을 만들지 않는 것도 작가의 그런 의도가 개입된 것일까?(여러 모로 영포와 길용이는 통하는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