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 함께 한국에서 농구를 하고 싶었다."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꿈 하나만을 품고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땅을 밟은 이동준(26·미국명 다니엘 산드린). 하지만 이동준 앞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험난한 벽이 버티고 있었다. 그 벽은 너무 높고 단단해서 이동준의 소박한 꿈을 처참히 짓밟고 있다. 이동준의 '코리안 드림'은 시작도 해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나고 마는 것일까.

◇ 농구선수 아닌 영어강사 이동준?

혼혈인 이동준은 지난 3월 연세대학교에 편입한 후 6월 한국인으로 귀화에 성공했다. 과거 경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7월 대한농구협회가 이동준의 출전을 정식으로 허용(본지 7월18일 단독 보도)하며 이동준의 꿈 또한 조금씩 무르익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쯤 코트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어야할 이동준은 놀랍게도 농구공이 아닌 영어책을 붙들고 있었다.

그가 과거 독일과 룩셈부르크 등에서 뛰었던 경력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고 대학농구연맹은 이동준이 대학 무대에서 뛸 수 없다며 협회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협회의 최영식 국장은 "이동준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를 하고 있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명확한 해답을 찾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협회가 지난 7월 이동준이 뛸 수 있다고 승낙한 점에 대해서는 "연대측의 주장대로 이동준이 아마추어리그에서 뛰었다는 전제 하에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협회가 한 쪽의 의견만을 듣고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결과가 일을 더욱 크게 만든 셈이다.

이동준은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연대 농구부를 뛰쳐나오고 말았다. 이동준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친구의 도움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농구에 대한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가끔 대학생들과 어울려 경기를 하고 헬스장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게 전부였다. 최근 만난 이동준은 "오늘 친구들과 농구 경기를 한다. 일주일 만에 하는 경기라 너무 흥분된다"며 어린 아이처럼 기뻐했다.

◇ 농구를 할 수 없다면 한국에 있을 이유도 없다

이동준이 지난해 말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그의 친척은 물론 부모까지도 반대했다. 은행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과 가족들을 버리며 굳이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한국행을 택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준은 "형(에릭 산드린)과 함께 한국 프로무대에서 뛰고 국가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국땅을 밟은 이동준은 서툰 한국어 공부에 열을 올렸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며 고추장을 듬뿍 바른 돌솥비빔밥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능수능란한 젓가락질로 매운 김치를 덥석덥석 입에 넣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이동준은 요즘도 한국어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고 미국의 그것과는 상이한 한국 문화를 몸에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꿈과 노력들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조금씩 꺾이고 있다. "차라리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주위의 성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동준은 "꾹꾹 참고 있다"고 말은 했지만 가장 답답한 사람은 역시 본인 자신이다. 이동준은 "농구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농구를 하지 못할 거면 한국에 있을 이유도 없지 않은가"라며 가슴 속 깊이 담아뒀던 말을 토해냈다. 농구만을 생각했던 이동준은 실제로 일이 잘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미래를 조금씩 구상하고 있었다. 그도 이제 한국 나이 27세의 어엿한 청년이다.



◇이동준의 미래는 한국 농구의 현실...

미국에 있을 때 친구였던 울산 모비스의 캐나다 교포 출신 김효범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쉽게 한국 무대를 밟았고, 얼마전 혼혈 여자선수인 마리아 브라운 역시 여자프로농구의 금호생명에 입단했다. 브라운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한국 선수로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여자프로농구연맹의 혜택을 받았다. 이동준의 이들에 대해 "너무 부럽다"고 운을 뗀 후 "이들은 되고 왜 나와 형은 되지 않는가"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준은 또 "지난해 10월 한국에 온 후 1년 동안 정말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합숙과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고 미국에 두고 온 가족과 친구들도 너무 그리웠다. 경제 사정도 넉넉하지 않아서 주말에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이런 시간을 참고 견뎠는데.."라며 잠시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준은 아직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나이로 올해 27세고 내년 드래프트에 나온다고 해도 28세에 데뷔할 수 있다"고 말한 이동준은 프로행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프로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는 꿈을 여전히 꾸고 있었다. 또 형인 에릭 산드린에 대해서는 "당초 내가 먼저 뛰고 형도 한국에 오기로 했었다. 하지만 나조차 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형 역시 내 모습을 보고 한국행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의 나라가 이들 형제에게는 아픔만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동준은 현재 자신의 거취에 관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톨이 신세다. 하지만 이동준은 "그 누구도 원망하지는 않는다. 뛸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제 2의, 또 제 3의 '이동준 파문'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국 농구가 그토록 외치고 있는 세대교체와 인기 부활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농구가 너무 하고 싶다"는 무한한 재능을 갖춘 한 청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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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구연맹 십숑키들 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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