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손자병법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구절이다. 그러나 손자병법 어디에도 이런 문장은 없다. 현실적으로 백번 싸워서 백번 모두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방과 아군의 전력을 정확히 분석하여 싸운다고 해도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긴다는 명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 구절은 손자병법을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 분명하다.
손자병법에 이런 구절은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불태(百戰不殆)" 우리말로 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서 백번 모두 위태롭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백전백승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생각이다. 손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전쟁의 목표는 싸워서 이기는데 있지 않았다. 내가 이끌고 있는 조직과 조직원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고 상처 나지 않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목표다. 승부에 집착해서 나와 내 조직에 큰 상처를 입히고 얻은 승리라면 바람직한 승리가 아니다. 상처뿐인 승리는 실제로 조직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얼굴은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내가 아끼는 직원들은 자리를 잃고 방황하는데 어떤 승리가 의미가 있단 말인가? 사회적인 성공은 했건만 가족들의 마음은 모두 떠나있고, 친구와 형제들이 저 멀리 떠나가 버린 성공이라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할 수 없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직의 안전과 평안이다. 승부욕과 명예에 집착하여 진정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손자의 생각이다.

-휴머니즘의 "부전이승(不戰而勝)"사상-

손자는 "백전백승"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승리가 진정한 승리라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백번 싸워서 백번 모두 이기는 것((百戰百勝)은 최상의 용병술이 아니다.(非善之善者也). 적과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不戰而屈人之兵) 최상의 용병술이다.(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적을 이길 수만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전략일 것이다. 내 칼에 피를 안 묻히고 적을 제압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확실한 승리는 없다. 피 흘리고 이기는 전쟁은 아군이나 적군 모두 그 대가가 너무나 혹독하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는 "부전이승(不戰而勝)"사상은 다소 이상적이긴 하나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손자병법의 진수다.

북한에 대한 햇볕 정책도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고 남북한의 모순을 극복하려고 하는 부전(不戰)사상의 한 틀이다. 비록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더라도 서로 다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승리다.
"부전이승(不戰而勝)" 전략은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집단만이 얻을 수 있는 고도의 승리전략이다. 감정을 주체 못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조직은 결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다. 그런 감정의 조직은 일시적인 분노로 일어나서 일시(一時)를 풍미하다 사라지는 조직이 될 것이다.
손자의 "부전(不戰)"사상은 "상대방과 내가 모두 상처 나지 않고 이기는 win-win의 꿈을 담고 있는 "전승(全勝)"사상으로 발전한다. 가장 아름다운 승리는 상대편과 내가 함께 승리하는 것이다. 상대방과 내가 모두 안 다치고 온전하게(全) 이기는 승리(勝)는 모든 리더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승리다.
손자는 전승(全勝)에 대하여 다음과 말한다.

"장군이 군대를 운용하는 원칙은(凡用兵之法) 적의 나라를 온전히(全)하고 이기는 것이 최상이고,(全國爲上) 적국을 공격하여 무너뜨리고 부수어 이기는 것은 차선이다.(破國次之)"

상대방을 완전히 부숴 놓고 군림하여 이기는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내고 이기는 승리는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다. 일시적인 승리는 누릴지 모르지만 영원한 승리는 못된다. 상대방의 눈물을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며, 상대방의 분노를 내가 얻고자 함이 아니다.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우리 조직의 안전과 평안함이다. 승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진 사람이나 이긴 사람이다 모두 온전할 수 있는 전승(全勝)사상이야 말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아름다운 지혜다.



무차별 폭격과 살육으로 얼룩진 국제 사회의 짐승 같은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다. 한때의 승리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보복과 갈등을 잉태하고 있는 정지된 승리다. 한국 사회에서 지연, 학연으로 떼거리 지어 상대방을 무차별하게 부수어 이룬 승리 역시 보복이 예정된 어리석은 승리인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승리는 없다. 승리는 잠시 보관하고 있는 예치된 물건 같은 것이다. 영원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승리는 다른 사람에게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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