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는 "부전(不戰)"과 "전승(全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한다.
"최고의 병법은 적의 의도를 꺾어 놓는 것이고(上兵伐謀),
그 다음 병법은 적의 외교를 끊어 놓는 것이고(其次伐交),
그 다음 병법은 적의 군대와 전쟁을 하는 것이고(其次伐兵),
최하의 병법은 적의 성곽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다.(其下攻城)"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적을 위협 및 압박하여 적의 싸우려는 의지(謀)를 없애면(伐) 충돌과 갈등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승리는 진 사람이나 이긴 사람이나 물리적인 피해가 없다. 그야말로 병법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승리인 것이다. 이것이 안 되면 적을 이웃 나라(交)와 고립시켜(伐) 굴복시키는 방법이 있다. 싸움의 의지는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때 더욱 강해진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적을 도와 줄 모든 주변 사람들을 미리 내 편으로 만들어 놓으면 상대방은 싸움의 의지를 잃고 말 것이다.
벌모(伐謀)와 벌교(伐交)는 손자의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부전(不戰)의 전략이다.
벌교(伐交)의 전략 중에서 적을 제3자를 통해서 제압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방법은 병법에서 주목하는 부전이승(不戰而勝)의 전술이다.
중국인들은 한(漢)나라 이후부터 오랑캐는 오랑캐의 힘을 빌려 제압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물론 이 말속에는 중국은 문명국이며 주변의 나라들은 문명이 뒤떨어진 나라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중국인들은 동쪽에는 동이(東夷), 서쪽에는 서융(西戎), 남쪽에는 남만(南蠻), 북쪽에는 북적(北狄)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이외의 국가를 규정하였다. 여기서 이(夷)는 동쪽의 변방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이외의 모든 국가를 통칭하는 말로 쓰여졌다. 한 나라 때는 특히 흉노족에 대한 갈등이 많았는데 흉노족을 어떻게 굴복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외교적 과제였다. 기원전 138년 한 무제(武帝)는 장건(張騫)등을 선발하여 흉노 정벌에 나섰다. 흉노 정벌에 앞서 서역의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고 흉노를 전방위에서 압박함으로써 서역의 50개국을 포함하여 흉노족을 굴복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다른 나라의 힘을 이용하여 목표로 하는 적을 굴복시키는 것을 이이제이(以夷制夷)전법이라고 한다.
이런 외교적 전통은 중국이 아직도 현대사회에서 쓰고 있는 중요한 외교전이다. 중국은 북한과 남한을 역시 이런 이이제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남북한의 등거리 외교를 통하여 남북한의 적절한 긴장을 유지시킴으로써 중국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와 비슷한 전략으로 "적을 이용해 적을 공격한다."라는 뜻의 "이적공적(以敵攻敵)"의 전술이 있다.
전쟁의 목표는 분명 승리다.
그러나 적과 내가 모두 다 망가지고 이긴 승리는 의미가 적다. 가능한 승리한 자나 패배한 자 모두 최소한의 피해만 입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으면 가장 아름다운 승리가 될 것이다.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인간이 무리를 이루어 살아가는 한 충돌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혜롭게 승리하는가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이승(不戰而勝)사상이나 상대방과 내가 함께 이기는 전승(全勝)사상은 어쩌면 영원한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과 조직은 언제나 아름답다.
현대인은 탐욕스런 승부욕에 사로잡혀 하루하루를 즉흥과 파괴, 도발과 분노로 연명하며 왜 승리해야 되는지도 모르고 불나방처럼 불꽃의 유혹에 자신을 던지고 있다. 불꽃은 화려한 만큼 자신의 몸을 담보로 요구한다. 성공과 승리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것이 손자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