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11] 설전에 등장하는 고사(3)

배딸룡 2006.11.09 22:19 조회 수 : 287

11.손무의 위대함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손무(孫武)는 춘추시대 제나라 출신의 대 병법가로 그가 지었다는 ‘손자병법(孫吳兵法)’은 최고의 병법서임과 동시에 국가경영과 인사의 지침서로도 널리 읽혀지고 있습니다. 동양은 물론이거니와 서양에서도 손자병법에 대한 평가는 드높아서 나폴레옹은 손자병법을 곁에 두고 애독했다고 하며,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소프트 뱅크의 손정의는 손자병법을 기업의 지침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의 웨스트포인트나 하버드의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필독서로 선정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최초로 전해 내려오던 것이 몇 편인지는 정확하지 않은데 삼국시대에 조조(曹操, 삼도명 조건달)가 내용을 추려 13편 2책으로 편집했다고 합니다. 지금 널리 읽혀지는 손자병법은 조조가 정리한 것이 큰 틀이 되었다고 하니 현대인들은 조조에게 어느정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나 싶네요. 삼국지연의에서 보면 강동의 손견이 손무의 후손이라고 하는데 그리 신빙성이 있는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일설에 의하면 손빈(孫?)의 저서라고도 하지만 대체로 손무의 저작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습니다. 코에이 삼국지의 경우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손무는 제나라 출신 병법가이나 오자서(伍子胥)와는 막역한 사이여서 오나라로 건너가 오자서의 복수를 돕고를 오왕 합려(吳王 闔閭)를 패자로 만듭니다. 오자서는 합려에게 손자병법을 보여주며 손무를 천거 하였는데, 손무는 처음 오왕 합려에게 천거 되었을 때 180명의 궁녀를 조련시켜 보임으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게 됩니다. 손무는 궁녀를 두부대로 나누고 왕이 가장 총애하는 두 궁녀를 각기 부대장으로 임명합니다. 하지만 궁녀들은 왕의 총애만 믿고 손무가 내리는 군령을 어기는데 이에 손무는 “군령이 잘 전달되지 않음은 장수의 책임이다.”라며 같은 군령을 재차 하달 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녀들이 말을 듣지 않자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죄이나, 병졸들이 전달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것은 대장의 책임이다”라면서 합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두 부대의 대장을 참수하였습니다. 그 광경을 본 궁녀들은 크게 놀라 손무의 군령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되고 합려는 이에 크게 감복하였다고 합니다.




‘손자병법’은 병(兵)을 주제로 지어진 책이지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논지를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제 3편 모공편(謀攻篇)은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최선중의 최선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적병을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중의 최선이다. (백전백승, 비선지선자야. 부전이굴인지병, 선지선자야. 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 : 흔히 ”지피지기, 백전백승. 知彼知己, 百戰百勝“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손자병법 상의 원문이 아닙니다.)”의 구절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손무는 병(兵)을 국가의 유지의 한 수단으로 보았지, 결코 주된 목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손무는 역시 모공편에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의 우선순위를 말하게 되는데 “최상의 병법은 적의 책모를 벌초하여 적의 의도를 봉쇄하는 것이다. 차선은 적의 외교를 봉쇄하는 것이다. 그다음 차선은 적의 군대를 직접 공격하여 봉쇄하는 것이다. 최하의 방법은 적의 성을 공격하여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上兵伐謀,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攻城)”라고 하였습니다. 삼국지11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성전은 손자병법에 따르면 최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그런 것을 따질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전쟁 자체를 너무 쉽게 본다거나, 남자의 로망 내지는 영웅이 등장하기 위한 환경이라고 보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정비석씨의 소설 손자병법에 보면 공자(孔子)가 손자병법을 읽고 나서 손무라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반대로 손무 또한 전쟁을 직접 지휘해 보고나서 그것이 가진 허망함을 깨닫고는 공자를 만나서 그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합니다. 물론 소설속의 내용이니 확실히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둘은 동시대의 사람이기에 그러한 일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 할 수는 없다고 생각 됩니다.




손자병법은 단순한 병법서가 아니라 국가, 기업, 단체의 경영은 물론 개개인의 삶에 지침이 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손무의 위대함이란 바로 이러한 서적을 저술하였다는 것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12. 초의 장왕은 이에 진을 무찌르고 패왕으로서 유명해져...




초 장왕(楚 莊王)은 앞서 편에서 설명했듯이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이라는 고사로 유명합니다. 삼국지연의에서도 초장왕의 고사가 등장하는데 여포가 애첩 초선을 희롱했다고 하여 통탁이 여포를 죽이려 하자 모사 이유가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초장왕의 고사를 인용하여 이를 말립니다. 절영지회는 초 장왕이 연 절영이라는 연회에서 잠시 촛불이 꺼진 틈을 타 장수 한명이 초 장왕의 비빈인 허희(許姬)를 희롱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때 허희는 자신을 희롱한 이의 갓끈을 끊어 증거로 가지고 있었지만 초장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갓끈을 끊게 하여 관대함을 보입니다. 훗날 그 장수는 초 장왕이 전투에서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바쳐 그를 구합니다.




이제 삼국지11의 설전에서 나오는 고사의 내용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초 장왕의 재위시절 진(陳) 나라의 대부인 하징서(夏徵舒)가 술자리에서 모욕을 이유로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위에 오릅니다. 이에 초 장왕은 하징서를 벌한다는 명목으로 제후들을 이끌고 진을 공격하여 그를 죽이고 맙니다. 그러나 초 장왕은 처음의 목적과는 달리 진나라를 초나라의 한 현으로 편입시키려고 하였습니다. 모든 신하들이 그 일을 가지고 축하하고 있을 때 제(齊)나라에 사신으로 가있던 대부 신숙시(申叔時)가 돌아와서는 남의 소가 내 밭을 망쳤다고 그 소를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혜전탈우, 蹊田奪牛. 가벼운 죄에 대한 벌이 지나침을 뜻하는 고사입니다.) 그 일의 부당함을 초 장왕에게 간합니다. 이에 초 장왕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미련 없이 진나라의 영토를 반환함과 동시에 국외로 피해있던 진나라의 태자를 불러와 왕위에 오르게 합니다. 훗날 공자(孔子)는 이 기록을 읽고 이렇게 말합니다. “초 장왕이야 말고 훌륭한 인물이다. 나라 하나를 얻는 것보다는 자신의 말 한마디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니...”




이 외에도 초 장왕의 현명한 모습은 많은 곳에서 들어납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것 같아 쓰지는 않았지만 초 장왕의 부인인 번희(樊姬)도 내조로서 초 장왕이 패왕이 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번희의 이야기는 열녀전(列女傳)에 등장합니다. 초 장왕은 신하의 실수를 덮어줄 도량을 가지고 있었으며, 아랫사람의 간언을 용납할 줄도 알았고, 현자를 대우할 줄도 알았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초 장왕은 춘추오패 중 가장 빛나는 왕이었으며 진정한 패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3. 진의 여불위는 이런 말을 남기고 있어...




여기에서 또 난감한 고사가 등장 하였습니다. 진의 여불위가 남긴 말이 어떤 말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역시나 이 부분도 여불위에 관한 이야기로 대신할까 합니다.




여불위는 원래 양책(陽翟:河南)의 대상인(大商人)입니다. 조(趙)나라의 한단(邯鄲)으로 갔을 때, 진나라의 서공자(庶公子)로 볼모로 잡혀 있는 자초(子楚)를 도와 왕위에 오를 가능성이 희박하였던 그를 왕위에 오르게 합니다. 그 후 여불위는 재상의 자리에 올라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는데 약소국의 공자들(전국사공자, 戰國四公子)에게 질수 없다며 자신의 재력으로 3천명에 이르는 식객을 거느려 그들을 능가하는 명성을 누립니다. 그 당시 여불위의 식객으로는 훗날 재상이 되는 이사(李斯), 장군이 되는 몽오(蒙鰲, 스페셜 무장으로 등장하는 몽념의 조부입니다.), 왕기(王?), 표공 등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불위는 식객들을 동원하여 천지, 만물, 고금의 사적은 물론이고 유가, 도가, 병가 등의 사상을 아우르는 책을 만들었는데, 함양의 시장 입구에 펼쳐 놓고 이 책에서 한자라도 수정할 수 있다면 천금을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이 바로 여씨춘추(呂氏春秋)입니다. 그는 시황제(始皇帝)에 의해 승상보다 위인 상국(相國)의 자리에 오르고, 중부(仲父. 아버지 다음가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라고 까지 불리우나, 태후와의 불륜이 들통나 상국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결국에는 죽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독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로는 시황제인 진왕 정은 여불위의 아들입니다. 여불위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애첩을 자초에게 바치게 되었고, 그가 훗날 시황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내용인데 이에 대한 반론이 있습니다. 최초의 반론은 명대의 대학자인 왕세정(王世貞)으로 그는 두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그 사실이 날조된 것이라 하였는데 첫 번째로는 여불위가 자신의 권력기반을 위해 스스로 지어낸 소문이라고 하였고 , 두 번째로는 진시황을 폄하하기 위해 지어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이중에는 조조(曹操, 삼도명 조건달) 복권운동의 선두주자로 유명한 곽말약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마천의 사기 내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14. 백의 숙생이 왜 수양산에 은신했는가 하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은 공자(孔子)가 극찬하던 성인 중 두 사람입니다. 본래 고죽국(孤竹國)의 왕자로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 결국은 같이 나라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들은 주 무왕이 은나라를 토벌하려 하자 그의 마차를 가로막고 그의 부당함을 말하였으나 무왕이 들어주지 않자 수양산에 숨어 살면서 고사리만 캐 먹다가 굶어 죽었다고 합니다. 삼국지11에서는 숙생이라고 나오는데 번역이 잘못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여러곳을 찾아보았지만 숙생이라고 나온 곳은 없었습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이들의 죽음을 생각하며 천도에 대하여 강한 의문을 표시 하였는데 백이열전 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천도는 사사로이 친한 사람이 없고 항상 착한 사람과 같이 한다"라고 말했으니 저 백이, 숙제와 같은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닌가? 인덕을 쌓고 고결한 행실이 이러한데도 굶어 죽었다. 또 공자의 칠십 제자의 무리 가운데 중니(공자)는 오직 안연을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추천하였으나, 그러나 회(안연)는 자주 궁핍하여 지게미나 쌀겨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다가 끝내 요절하고 말았다. 천하가 착한 사람에게 보답하여 베푸는 것이 어떠한 것인가? 도척(극악무도한 도적)은 날마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꺼내어 먹었으며 포악 방자하였고 무리 수천명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으나 끝내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이것은 어떠한 도덕을 따른 것인가? 이러한 것들은 매우 크고 현저한 것이다. 만약 근세에 이르면 행동이 정도를 벗어나고 오로지 금지된 일만을 범하였으되 평생토록 편안하고 즐거워하며 부유함이 자손 대대로 끊이지 않는가 하면, 정당한 땅을 골라서 밟고 적당한 기회가 온 이후에 말을 하며 길을 걸을 때 작은 지름길을 통하지 않고 공명정대한 일이 아니면 발분하여 하지 않는데도 오히려 재화를 만나는 자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나는 매우 의문을 가지니 만약 이른바 천도가 있다면 이것은 천도인가 아닌가?







15. 일찍이 기나라에 있던 남자가 이런일을...




또 난감한 말이 나왔습니다. 일찍이 기나라에 살던 남자가 한둘도 아닐테고 어떤 일인지 알수가 없습니다만 기나라의 남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우(杞憂)이기에 이 말일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되네요. 익히 알려졌다시피 기나라의 살던 남자가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식음을 전폐하고 걱정했다고 하여 쓸 때 없는 걱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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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피지기 백전불태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의 실정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적의 실정은 물론 아군의 전력까지 모르고 싸운다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한다[不知彼不知己 每戰必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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