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명반 앨범 - 시나위

배딸룡 2008.12.20 02:43 조회 수 : 253




100대 명반 선정 앨범 : 시나위 [Down And Up]
시나위-한국 헤비메틀의 돌파구 '한국 록음악의 사관학교'. 언제부턴가 그룹 시나위를 수식하는 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룹의 리더인 신대철을 필두로, 임재범, 김종서, 김성헌, 손성훈, 김바다, 강기영, 정한종, 서태지, 김민기, 오경환, 신동현 등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록음악의 중추적 역할을 한 뮤지션들 대다수가 시나위 출신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음악을 통해 욕을 하건 저항을 하건 별 간섭이 없지만 그때는 가사심의는 물론, 음반 맨 뒤에 '건전 가요'를 강제로 수록해야만 했던 암흑기였다. 1980년대 중반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거세게 불어닥쳤던 헤비메틀 열풍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특히 시나위와 부활은 한국 헤비메틀의 가능성을 제시한 쌍두마차였다. 당시 두 그룹이 보여준 음악적 가능성과 상업적 성공은 이후 많은 록밴드들이 데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으며, 동시에 암흑기를 뚫고 나아갈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을 했다.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을 만났다. 시나위가 데뷔했던 80년대의 상황뿐만 아니라, 요즘 음악계 얘기와 근황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느리고 어눌한 그의 말투는 여전했지만, 핵심과 정곡을 비켜 나가지 않는 관점도 변함없었다.
리뷰 앨범 리스트  번호 노래 아티스트  
01 해 저문 길에서  시나위          
02 밤하늘엔 무엇이  시나위          
03 새가 되어 가리  시나위          
      
'해 저문 길에서', '밤하늘엔 무엇이', '새가 되어 가리'는 2008년 9월 1일 24:00까지 무료듣기로 제공됩니다.
"록음악 열풍은 가능성이 아니라 한계였다."
송기철 : 시나위가 데뷔했던 20년 전에 비해 오히려 지금이 록음악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더욱 척박해진 것 같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신대철 : 세계적 추세라고 생각한다. 록음악은 타 장르에 비해 제약이 많다. 방송출연의 경우,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장비준비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반면 댄스뮤직은 비주얼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여지는 게 쉬웠고, 그래서 록음악은 경쟁이 안됐다. 록음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시나위, 20년을 넘어

록을 하기에 열악했던 환경

Rainbow Q&A

송기철 : 록음악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부재의 이유는?

신대철 : 음악 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잖은가. 20여 년 전쯤 일본 음악관계자들과 여러 얘기가 오갈 때 그들은 1년 치 공연스케줄을 들고 왔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당시에 한번 공연을 하려면 직접 포스터 붙이러 다니고, 그저 1회용에 불과했다. 결국 연계될 수 있는 여건이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공연을 하는데 전국 5대 도시공연? 이런 건 좀 어이 없다. 밴드와 관객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무대인데, 불행하다. 그렇다고 비-보이처럼 경연대회에 나갈 수 있는 현실도 아니고...

송기철 : 결국 시장문제인가?

신대철 : 그런 음악을 원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 힙합처럼 그때는 수요가 있었는데...

송기철 : 돌이켜 봤을 때, 한국 록음악은 80년대 중반 '헤비메탈 열풍'과 90년대 중 후반 '인디록 광풍'까지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

신대철 : 기회가 아니라 한계였다. 그 이상 발전하기가 어려웠다. 홍대를 중심으로 인디 열풍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만 놀았다. 저변확대의 문제다. 주류로 올라서기에는 대중의 취향이 다변화 됐다. 80년대에는 특별한 장르음악이 없었기 때문에 시나위, 부활, 백두산 같은 팀들이 TV에 나오면 반응이 뜨거웠다. 그 후 여러 장르가 출현하면서 인디도 등장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디'의 의미도 이상하다. 대중은 인디를 하나의 장르로 인식했는데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것 같다. 그리고 록음악은 1년에 2백에서 3백 회 정도의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장 아쉽다.

송기철 : DJ 전영혁 씨는 예전 방송에서 "신대철 같은 뮤지션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건 국가적 손실이다"란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해외진출이 무산되어서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는데, 당시 해외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었나?

신대철 : 군복무미필자 문제가 가장 컸다. 군복무를 마치지 않고 해외진출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때는 일본 관계자들이 활동 스케줄을 잡아도 갈 수가 없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된 걸로 알고 있다.

송기철 : 일부 평론가들의 말처럼 록은 저항음악인가?

신대철 : 꼭 그것만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항적 요소는 록음악의 성질과도 잘 부합된다. 지미 헨드릭스, 오지 오스본, 앨리스 쿠퍼의 기괴한 행동은 기성세대에 대한 풍자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면 큰 일 난다. 기존의 가사심의는 너무 큰 제약이었다. 우리가 이루어 놓은 걸(저항, 세태풍자, 사회비판 등등) 요즘 힙합뮤지션들이 계승하는 것 같다.

"서태지의 재능은 내가 발견했다. 정확한 리듬감, 섬세함, 센스..."

송기철 : 최근의 서태지 관련 보도를 보면 서태지가 시나위 출신인데, 마치 시나위가 서태지로 인해 알려지는 듯한, 일종의 '주객전도'가 느껴진다.

신대철 : 서로 언급되지 않나?(웃음) 분명한 건 서태지가 지닌 뛰어난 재능을 내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송기철 : 서태지의 어떤 점이 그렇게 뛰어났나?

신대철 : 이중산 선배가 어느 날 연습하는데 어린 베이스 연주자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시나위 4집을 녹음해야 하는데 베이스연주자가 없어서 참여 제의를 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정확한 리듬감과 섬세함, 훌륭한 센스 등이 돋보였다.

송기철 : 그룹 '자유'에선 너바나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었다는 글을 시나위 홈페이지에서 읽었다. 어떤 의미인가?

신대철 : 자유는 잠깐 프로젝트였다. 예나 지금이나 앨범은 대중성이 중요하다. 뭔가 특이한 것을 하고 싶었는데 제작사와 마찰이 있었다. 음악을 잡식해서 그런지 이것저것 좋아한다.

송기철 : 요즘은 과거에 비해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만한 히트곡이 나오질 않고 있는데.

신대철 : 별로 아픔이 없어서 그런 거 같다. 그다지 깊이 생각할 일도 없고. 몸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음악만 해도 예전에는 들으면서 뭔가 생각할 만한 곡들이 많았다. 세상이 복잡해서 심각한 거 보다는 심플한 음악을 선호한다. 인스턴트 음식, 패스트푸드처럼 소비되는. 하지만 그런 음식이 몸에 안 좋은 것처럼 결국 정신건강에는 해롭다.

송기철 : 요즘 록음악의 경향은 곱고 예쁜 느낌이 주종을 이루는, 이른바 '샌님 록' 같다.

신대철 : 그렇다. 그게 시대가 원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원하는 음악이 뜨니까. 예전의 명곡들도 많지만 대중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 음악 중에는 존 메이어의 어쿠스틱한 느낌이 좋다. 뮤즈도 좋다. 새로운 시도도 하고.

송기철 : 솔로 앨범계획은 없는지?

신대철 : 구상 중이다. 주위에서 권유도 많이 받고 있다. 연주 앨범 또는 솔로 형식의 앨범이 될 것이다. 아직 무엇을 하겠다, 라고 생각한 건 없다. 빈 도화지를 채우듯 작업하고 싶다. 어떤 풍경을 보면서 그리고 싶지는 않다.

송기철 : 정작 요즘 근황을 안 물어봤다.

신대철 : 나름대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정재, 김옥빈 주연의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여균동 감독)'의 음악을 맡아서 작업 중이다. 조선 정조 때를 배경으로 한 퓨전 코미디 사극인데 평소에 안 해봤던 작업이라 재미가 크다. 또한 사람들의 "신대철은 록 기타리스트야"라는 고정관념에서 해방되는 느낌도 좋다.

"우리가 해냈다! 시나위는 단일지향성 음악밴드"

송기철 : 앞으로 시나위의 음악적 방향성은?

신대철 : 2006년이 데뷔 20주년이었다. 그런 걸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숫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과시하고 싶지도 않았고. 시나위는 럭비공 같은 예측불허의 밴드이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너무 남 좋은 일만 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

송기철 : '시나위는 한국 록음악의 사관학교'란 평가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신대철 : 누군지 좋은 뜻으로 붙였겠지만,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송기철 : 시나위 앨범 가운데 2집 [Down And Up]이 가장 명반이란 생각이 드는데.

신대철 : 지금 들어도 좋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원하는 대로 만든 앨범이다. 1집은 녹음기간, 상태 등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그에 비해 2집은 당시로선 파격적인 2개월 이상의 녹음기간 동안 작업했고, 본격적인 프로듀서개념이 도입된 최초의 앨범이란 생각이 든다.

송기철 : 상업적 성공에 대한 열망이 없는지?

신대철 : 왜 없겠는가? 대신 대중적으로 가야하니까 내가 원하는 걸 못하겠지. 대중이 원하는 음악도 좋지만 작가주의도 원한다.

송기철 : 하지만 한국음악계를 보면 이른바 작가주의란 미명 하에 심한 자아도취에 빠진 뮤지션들도 있는데.

신대철 : 음악은 주관적이라서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다. 내 음악 안에도 여러 가지 공존은 어렵다. 대중은 보편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원더 걸스의 <Tell Me>처럼. 근데 시나위가 그렇게 하면 웃기지 않나...



송기철 : 시나위의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봤을 때 느껴지는 것은?

신대철 : "우리가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80년대 중반을 생각할 때,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시나위는 단일지향성 음악을 들고 나온 헤비메틀 전문밴드라는 사실 말이다. 그때는 가요계에 특별한 장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한국 대중음악의 근간은 트로트 아닌가?"

송기철 : 가요사를 돌이켜 봤을 때 한국 대중음악의 근간은 록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록음악을 하기 어렵던 시절에 시나위가 돌파구를 열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록음악이 퇴보한 거 같다.

신대철 : 한국 대중음악의 근간은 트로트 아닌가? 히트곡들은 '뽕 필(Feel)', '뽕끼'가 묻어 나온다. 드라마 히트작도 보면 그런 느낌이 난다.

송기철 : 시나위를 당대에 경험하지 못한 어린 팬들에게 본인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신대철 : 학교 출강(추계예대)을 하는데 지금 1학년이 1987년 생이다. 시나위가 데뷔 앨범을 낸 이후다. 학생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앨범이야" 이렇게 '레전드'하게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활동한 사람이다. 그래서 "난 이런 사람이다"라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송기철 : 시나위음악에 국악을 접목할 생각은 없는지?

신대철 : 몇 가지 있다. 얼마 전에 민요를 록으로 편곡한 작업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왜 진작에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이런 작업은 여러 방향으로 가능성이 있다. 민요는 특히 가사가 재미있다. 코드를 붙이면 더욱 재미있게 변한다.

송기철 : 데뷔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어려움은?

신대철 : 데뷔 때에 비해 살이 쪄서 어렵다.(웃음) 오래 활동한 걸 숨기는 게 어렵다. 그냥 옛날 음악인으로만 보이는 게 싫어서 나이 안 들어 보이고 싶은 데 잘 안 된다.

장소 : 홍대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진행 : 박준흠(가슴네트워크, www.ga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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